지금,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다

생각나눔

지금,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다

신지형(태양의학교)

발등에 떨어진 기후변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한파와 폭염, 해수면 상승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생활기반시설이 붕괴하며 기후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여름 일본을 강타한 태풍으로 200명이 넘게 사망했고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피해는 막대하였다. 미세먼지로 질식할 것 같은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8년 폭염일수는 6~8월 집계 31.4일이고 열대야는 17.7일로 평년 3배 이상이었다. 1994년의 폭염 29.7일과 열대야 17.4일 기록을 갱신하였다. 서울은 36일이나 열대야에 시달렸다. 숨도 쉬기 어려운 기온 탓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였다. 폭염이 꺾이나 싶더니 태풍이 급습하였다. 태풍 솔릭이 무섭게 강타하여 물 폭탄을 퍼부었다. 집이 무너지고 길이 사라졌다. 가로수가 쓰러지고 전기가 끊겼다. 양식장이나 비닐하우스가 파손되고 방파제가 날아갔다.
뇌까지 찌는 듯했던 폭염과 잠 못 들던 열대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과 기습 폭우 등 기후변화를 절절히 체험한 시간이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왔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스런 기억은 흐려졌다.

예측하기 어렵고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기상 이변이 왜 발생하는지, 기후변화가 왜 문제인지 인지하는 시민은 드물다. 돌발적인 기상 이변에 대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 말라”며 기후변화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도 많다. 지구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 주기로 기후변화를 반복하였고, 현재보다 생존환경이 훨씬 열악하였던 온난기와 빙하기에도 우리 선조들은 다 살아냈다고도 한다.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C 상승하였고, 10년마다 약 0.17°C씩 상승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5차 기후변화평가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는 가속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대로라면 21세기 말 지구의 평균기온은 3.7℃ 상승할 것이다. 한반도 평균기온은 최대 6℃, 그리고 해수면은 63c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마다 폭염과 열대야의 발생 빈도와 지속 일수는 늘어나고 극단적인 강수현상도 더욱 빈발할 것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2~3℃ 상승하면 생태계는 20~30%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된다. 6℃ 상승하면 지구 전체가 절멸할 가능성이 높다.

북극곰만 생존의 위협을 겪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도 기후 재난시대가 도래하였다. 우리 사회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더라도 심각한 기후변화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저감이나 기후변화 적응에는 수십 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잠재적 비용(Back-End Risk)까지 생각하면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손에 쥐어진 지구사용료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고 지구온난화를 강화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인간 활동이다.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 요인만 고려하여 시뮬레이션할 경우 1860년부터 2010년까지 1℃이상 기온이 상승한 지역은 없다. 평균 0.3℃이하 상승하였으며, 0.5℃ 상승한 지역도 극히 드물다. 그런데 실제로는 1951년부터 2010년까지 약 1℃정도 상승하였다.

심각한 기후변화는 기후시스템 요소간의 변화와 상호 작용, 화산분화에 의한 성층권 에어로졸 증가, 태양 활동의 변화, 태양과 지구의 천문학적인 상대 위치변화 등 자연 요인보다 인간이 뿜어내는 온실가스, 성층권 오존 및 에어로졸, 도시화와 산업화, 무리한 토지 개발이나 산림 채취 등 주로 인위 요인에 기인한다는 뜻이다.

온실가스는 교토의정서에서 지정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이산화질소(N2O)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재방출하여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대기 중의 가스 상태의 물질(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 9항)을 말한다.

이산화탄소는 산림벌채, 에너지사용, 석탄, 석유 등 주로 화석연료를 연소할 때 발생한다.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 중 88.6%를 차지하여 온난화 기여도가 가장 크다. 메탄은 음식물쓰레기, 쓰레기 더미, 가축 사육, 습지, 논 등이 발생 원인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발생량은 적으나 이산화탄소의 21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수소불화탄소는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 스프레이제품 분사제 등에서 발생한다.

탄소와 불소의 화합물, 전자제품, 도금산업, 반도체 세정제 등으로 발생하는 과불화탄소와 전기제품, 변압기 등의 절연체가 발생 원인인 육불화황은 주로 알루미늄 용해, 반도체 생산, 전력 송배전, 마그네슘 주조 과정에서 발생한다. 복사강제력 영향은 적으나 긴 잔류시간으로 인해 적외선의 강한 흡수체로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산화질소는 석탄 채광, 연료 고온 연소, 배기가스, 질소비료, 폐기물 소각 등에서 발생한다.

산업화 이전부터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였고 현재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7위이며, 계속 상승추세여서 기후악당국으로 불린다.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2015년 12월 12일, 제21차 기후변화협약 파리 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 온도가 2℃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하였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폐가 위기에 처한 작은 섬나라들을 위해 1.5℃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목표도 정하였다.

기후가 미치는 영향은 지역과 분야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 하나의 목표가 공정하고 절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국토가 바다에 잠기고 있는 작은 섬나라 입장에서 2℃ 목표는 너무 안이하고 느슨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민 생존과 국가 존폐가 걸린 군소 도서국가들에게 지구평균기온 1.5℃와 2℃의 차이는 생(生)과 사(死)를 가르는 수치이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한 제48차 IPCC 총회는 지구온난화 1.5℃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채택하여 강력한 국제적 실천을 결의하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보고서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threshold)이 1.5℃임을 명시하며 1.5℃라는 수치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배경을 제공한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계속 진행된다면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은 2040년대에 도달하고 자연재해나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위험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시대의 생존전략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직면했다.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생존을 걸어야 할 시대가 닥쳤다. 기후변화는 빈곤이나 기후난민 등 여러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 사막화 등으로 인해 생명과 생계수단, 거주지,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세계 각국은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기후변화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환경파괴 사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시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공동체 파괴 사태도 빈번하다.

정부나 기업에만 의존해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히 기온상승을 억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존중하고 정의에 기반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근원적인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문명이 요구된다. 또한 이미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취약 계층이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시급하다.

우선 우리나라는 기후악당국이라는 오명부터 벗어나야 한다. 화석연료 및 에너지 과소비, 온실가스 배출 촉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후변화 악화에 기여한 정부는 기후변화라는 시한폭탄이 발등에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이한 정책에 만족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10월 3일 제48차 IPCC 총회장 앞마당에는 청소년들이 소리 높여 나섰다. 지구온난화 1.5℃에 관한 특별보고서 채택을 적극 지지하며, 정부의 안이한 태도에 책임을 묻고 역할을 다하도록 요구하였다. 이들은 기후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가 더이상 그들의 권리를 훼손하지 말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였다.

나라를 되찾은 것도, 나라를 나라답게 바꾼 것도 시민의 힘이었다. 지구를 지구답게 지킬 이도 시민들이다. 이제 그들이 나섰다. 그들이 밝힐 새 문명에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