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ction #Energy

Take Action #Energy

성미산학교 10학년 홍채민

 

전 세계는 더 이상 에너지 없이 살 수 없게 되었고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자립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삶 속에서 에너지 자립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공간에 방문하여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개인의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하고, 함께 모여 행동하며 새로운 방식의 삶을 구현하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그들만의 전환을 실천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냉장고 없는 카페

비전화(非電化)는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뜻한다.

비전화공방은 발명가이자 대학교수인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님이 2000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공간이다. 일본 토치기현 나스지역의 비전화테마파크로 시작해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비전화공방에선 1년간 후지무라 선생님의 제자를 양성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그 과정은 비전화 기술과 농사, 작은 일 만들기 등을 익혀 일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후지무라 선생님의 제자는 일본과 전 세계에 1000여 명 정도 있으며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고민하고 풀어내고 있다.

‘비전화공방 서울’은 작년 4월,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님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업무 협약식이 체결된 후 불광 혁신파크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는 매년 ‘비전화제작자’를 양성한다.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대신 도시생활에서 잃어가는 것들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활동들을 실험하고 실천하며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비전화제작자들과 함께 불광 혁신파크 내 ‘비전화카페’를 짓고, 도시형 유기농업 방식의 농장을 운영한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은 비전화카페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순환적인 구조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비전화카페는 아직 시범 운영 중이고 내년 봄에 정식 오픈 예정이다.

 

이들의 활동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비전화 카페에 방문했다.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물은 마치 동화 속에서 뿅 튀어나온 오두막 같았다. 문에는 open 이라 쓰인 문패가 달려있었고, 건물 옆에는 화덕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 건물은 비전화건축 방식으로 비전화제작자들이 지은 건물이었다. ‘비전화건축’이란 돈은 적게 들이되 시간을 많이 들이고, 친환경적이고 에너지를 적게 쓰며 스스로 만드는 방식을 추구하는 건축방식이다. 비전화공방이 생각하는 훌륭하고 아름다운 건축의 기준은 ‘만드는 과정이 행복한가, 지구에 좋은가, 건강에도 좋은가, 아름다운가’ 등이라고 한다. 그들 스스로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건물을 하나 짓는데 들어가는 전기와 에너지의 양을 인력으로 메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에너지는 아낀 셈이다. 또 건물뿐 아니라 카페 내부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다. 화목 난로와 LPG 가스를 쓰고, 전기를 조금이라도 사용하는 냉장고, 에스프레소 기계, 제빙기, 전기 로스팅기 등 전자제품은 아예 쓰지 않는다. 가게에 하나씩은 다 있는 와이파이, 포스기도 없고 음악도 틀지 않는다. 노래 대신 커피 볶는 소리와 따듯한 햇살, 손님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공간을 메운다.

커피를 주문하면 ‘이리조즈’ 라는 로스팅기에 커피를 볶기 시작한다. 이리조즈는 후지무라 선생님의 발명품이다. 금방 볶은 커피콩을 갈아 내리는 방법으로는 사이폰이라는 방법을 쓴다. 사이폰은 압력 차이를 이용한 커피 추출 방식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여유 있고 느긋한 카페의 분위기와 어울렸다. 카페의 메뉴들 또한 모과차나 국화차처럼 장기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충분히 시간을 거쳐야 맛이 드는 메뉴들로 선정했다. 고구마 수프처럼 계절에 맞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아직 여름을 겪지 않은 비전화카페, 날씨가 너무 극단적이라 메뉴를 선택할 때 너무 장벽이 높아지는 건 아닐지 걱정되었는데 비전화제작자 1기 멤버 ‘홍’도 여름에 어떻게 재료들을 보관하고 유지 할지에 대해 고민이라고 했다.

 

와이파이 없는 카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는 카페는 언제부터인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카페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쓰지 않는 것도 전환이라 말할 수 있지만 비전화카페는 손님들도 에너지를 줄이는데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카페다. 차를 많이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다양한 활동과 실천을 통해 자립하고 성장하는 카페가 되는 것이다. 비전화공방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자립을 실천하며 더 나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잘 알려져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절전소가 있는 마을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마을은 에너지 자립 마을을 지향하고 있다. 마을에는 ‘함께 전환하기’ 모임이 있다. 이곳에서는 본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돌아보기부터 태양광 핸드폰 충전기를 만들거나 직조 등의 활동을 하며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한다.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에 화분과 안내문을 가져다 놓고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 만드는 일을 진행했다.

마을의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에는 ‘관심이 필요한 절전소’라는 프로젝트 활동이 있다. 절전소는 ‘전기를 아끼는 것이 곧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같다.’라는 의미의 절전과 발전소라는 단어를 합쳐 만든 신조어이다. 서울시와 함께 ’원전하나 줄이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행사에 참여해 학교 밖에서 홍보를 열심히 하고 학교와 마을의 에너지 모니터링, 에너지 교육, 컨설팅, 태양광 패널 설치 등을 지원하며 에너지라는 주제로 마을과 교류하고 있다.

함께 전환하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그래그래(이옥자)의 집은 성미산 마을에서 에너지를 많이 안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4식구가 사는 35평집에서 한 달 평균 약 90kW 의 전기를 쓰고 있다. 서울 평균 4인 가구 사용량인 300kW에 비하면 약 3분의 2정도의 전기를 덜 쓰고 있는 셈이다. 그래그래의 집은 절전소 팀에서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후 절전 어워드에서 항상 상위 랭킹에 이름을 자리했다. 안 쓸 수 있는 건 최대한 안 쓰고 바꿀 수 있는 건 바꾸면서 전기를 아낀다고 하였다.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전기를 많이 안 쓰게 된 것 같다고 말하였다. 성미산학교에 다니는 딸들이 절전소 프로젝트를 하면서 학교에서 주는 정보들을 적용해보며 본격적으로 전기 아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멀티탭에 코드를 꽂으며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형광등을 LED 전등으로 교체하고, 전기밥솥과 TV를 없애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장고로 바꾸었다. 집에선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이외의 기기를 사용할일이 없기 때문에 전기가 많이 나갈 일이 없었다. 그런 삶이 불편하진 않으시냐는 물음에는 집에 사는 구성원들은 적응이 돼서 괜찮은데 남들에게 권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하였다.

겨울에는 집에서 옷을 껴입고, 따듯한 물을 담은 주머니를 안고 있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코타츠에 모이는 방법으로 전기를 아끼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립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전기 사용량이 적게 나오고 절전 어워드를 휩쓸어도 뭘 더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한다고 했다. 자신이 주부이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는 게 많다고 했다. 주로 쓰는 사람이 본인이라 불편함을 감수할 사람도 본인이니까. 절전 어워드에서 상을 받으면서 뭘 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하였다.

 

비닐 없는 시장

망원동에 사는 동네 주민이자 <망원동 에코하우스>의 저자 금자씨(고금숙)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인의 집을 에코하우스로 만들면서 그 과정과 생각을 책에 담았다. 추운 날씨를 대비해 직접 왕겨로 단열하고, 물을 아끼기 위해 변기와 세면대를 하나로 잇는 등 하나하나 스스로 개조하며 만든 에코하우스는 금자씨의 가장 큰 실천이자 라이프 스타일이다.

현재 가장 관심 있게 진행하고 있는 ‘알맹’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필요 없는 껍데기(쓰레기) 말고 알맹이만 가져가고 싶다는 의미의 알맹 프로젝트는 비닐봉지 없는 망원시장을 만들기 위해 일회용 비닐 대신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대여해준다. 이 프로젝트는 망원동 주민들과 망원시장 상인회와 함께 시작하였다.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는 가게는 아직 적지만 곡물가게, 채소가게, 과일가게, 정육점 등 다양하다.

평소 플라스틱과 물건, 쓰레기에 관심이 많았던 금자씨는 내 주변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알맹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알맹 프로젝트, 에코하우스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사부작사부작하는 에코라이프를 지향하며 살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거나 알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본인의 기준에서 에코 라이프을 지향하고 이런 것을 매개로 개인의 실천을 더 해 생태적인 삶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자립은 어려운 일이다. 아직 의식이 부족한 사람도 많기 때문에 전환 마을을 만드는 건 더더욱 어렵다. 에너지에 의존하며 편하게 사는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비전화 제작자와 금자씨처럼 전환 활동을 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행동하게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알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상인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고 금자씨는 말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편하고 가격도 싼 비닐로 담아주는 게 보통인데 왜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안 되는지, 왜 에코백에 담아야 하는지 설명하고 프로젝트에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부터 설득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였다. 꾸준히 찾아가 얼굴을 비추고 최대한 시장을 이용하고 계속 설득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함께하는 상인 동료를 얻을 수 있었다. 관계에서의 전환이 필요하였다.

충분한 시간과 품을 들여 에너지 교육이나 워크숍을 진행하고, 전환에 동참할 수 있는 공간이 확산되고 비전화공방, 성미산마을, 알맹 프로젝트가 지속되어 곳곳에서 생태, 에너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높이고 의존도는 낮추며 ‘함께’ 크고 작은 전환을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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