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맞서고 있는 청소년들

성미산학교 10학년 오연재

 

기후이변과 함께 했던 나날들 힘들었어요.

2018년 1월 26일 엄마에게 문자 한통이 왔다. 집 하수관이 얼어 베란다에 물이 역류하고 있다. 물을 퍼내지 않으면 집안으로 물이 들어올 것 같은데 외출을 해야 해서 빨리 집에 들어오면 좋겠다는 연락이었다. 이 문자를 시작으로 18년의 1월은 물이 언제 역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보내야했다. 집을 비워야 할 때는 지인에게 집을 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6년간 빌라에 살며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런 경험 외에도 매 해 기후이변으로 크고 작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TV와 뉴스에서 기온이 몇 십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이야기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외출 시 미세먼지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챙기게 되는 마스크와 이상기온으로 10월부터 꺼내는 패딩, 재해로 인한 휴교는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지구온난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었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가 나의 삶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변화들은 체감을 넘어 절박함을 안겨주었다. 바나나, 망고, 용과 등 아열대 과일이 한국 남부 지역에서 재배된다는 사실을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청소년기후소송단’이라고 아시나요?

2018년 8월 18일, 기후이변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50여명의 청소년들이 ‘청소년 기후소송 캠프’를 통해 모였다.
올 여름 가장 큰 화두였던 폭염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정책위원 이유진 선생님이 2015년 파리기후 협정, IPCC총회, 대한민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의 문제점, 신재생에너지에 관해 강의를 해주셨다. 그리고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후소송을 함께 하겠다고 제안한 추장훈 변호사와 기후소송의 현실성과 어떤 형태로 할 수 있을지 등 질의응답시간을 가지며 캠프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원활한 소송단 활동을 위해 서로 역할을 나누고 책 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제니퍼 모건(그린피스 사무총장)이 마련한 좌담회에 참여하고, 영화 ‘내일’ 상영회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소송단에서는 IPCC를 중요한 학습 주제로 다뤘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와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이 1988년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구이며, 기후변화를 비롯한 전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의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 전문가, 경제학자 등 3천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한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이다. 한국은 제 48차 IPCC총회 개최와 제 6대 IPCC의 의장국으로서 제 6차 평가보고서 집필에 참여했다.

10월 1일부터 5일간 인천광역시 송도에서 제48차 IPCC총회가 진행되었다. 이번 총회에서 유엔 195개 회원국 정부대표단은 지구 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섭씨 1.5°C 상승하는 데 따른 영향과 전 세계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담은 특별 보고서(Special Report on Global Warming of 1.5 °C, SR15)를 채택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국제사회는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C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1.5°C를 넘지 않도록 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파리협약 당시 나온 세계 각국의 자발적 공약(NDCs·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만으로는 기온 상승을 2°C로 제한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제48차 총회에서 채택 된 1.5°C 특별보고서가 파리협약에 중요한 근거로 사용된다.

‘청소년 기후변화를 말하다’ 기자회견은 말이죠.

2018년 10월 3일 송도 IPCC 회의장 앞에서 ‘청소년, 기후변화를 말하다’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청소년이 기후변화를 말하게 된 이유와 기후소송단의 취지, IPCC와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기자회견 선언문에서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는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생명들에 귀 기울이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탈핵·탈석탄을 비롯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PCC총회 참가자들과 많은 외신기자들이 기자회견을 지켜보았으며, 이회성 IPCC 의장, 압달라 목씨(Abdalsh Mokssit) IPCC 사무총장, 커스틴 스탕달(Kerstin Stendahl) IPCC사무국총장 이 나와 직접 총회에서 책임을 다하겠으며 청소년들의 활동을 응원한다는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청소년기후소송단 외에도 100여명의 청소년들은 직접 제작한 손 피켓에 ‘재난걱정 없는 세상을 원합니다.’, ‘봄과 가을 돌려줘요.’, ‘지구를 지키는 온도 1.5도’ 등의 구호를 넣어 함께 했다. ‘기후 플래시몹’과 노란 우산으로 1.5도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마무리 했다.

함께하고 싶어요.

2018년 10월 6일 서울 혁신파크에서 열린 대안교육연대행사에 청소년기후소송단 부스를 운영했다. 소송단에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청소년들이 소송단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성미산학교와 하자작업학교의 학생들이 기획하고 참여했다. 자신이 느끼는 기후변화의 정도를 스티커로 표시하고, 기후변화를 학습 할 수 있는 자체제작 ‘기후 젠가’ 보드게임과 설문지 작성을 통해 기후변화와 청소년기후소송단을 홍보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많은 사람들에게 심각성을 알리고, 함께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앞으로 청소년기후소송단 활동에 기반이 될 수 있는 세 가지의 목표를 정했다. 첫째, 정부와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지속가능한 기후체제를 마련할 것. 둘째, 청소년기후소송단에서 ‘청소년’이 주체가 될 것. 셋째, 소송을 통해 많은 시민이 관심을 두고 같이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할 것.

기후변화에 관심 가져볼까요?

올 여름 폭염으로 전 국민이 기후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30년엔 북극의 빙하가 전부 녹는다.’는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현 미국의 대통령인 도날드 트럼프는 지구온난화인데 왜 이렇게 춥냐고 이야기를 했지만 온난화와 한파는 다른 맥락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반도의 폭염은 주로 ‘제트기류(jet stream)’의 약화로 발생한다. 북극의 찬 기운과 남쪽의 따뜻한 기운이 섞이지 않도록 막아주는 제트기류는 극지방이 춥고 열대지방이 따뜻해야 강하게 분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이 따뜻해지며 제트기류가 약해져 한반도에 기상이변이 찾아왔다. 제트기류는 여름철 한반도로 올라오는 적도의 열기를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에 그대로 누적돼 폭염이 발생하고, 겨울철 북극에서 내려오는 냉기를 차단하지 못해 한파가 찾아온다. 지난 1월 서울이 영하 17.6도까지 내려가 모스크바보다 추웠던 것 또한 제트기류의 약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으로 인해 어느 해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이, 그 이듬해에는 최악의 가뭄이 우리를 찾아 올 수도 있다. 또한 앞으로의 기상을 예측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점이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는 인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피해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현상들은 인간 중심으로 사고되고 있다. 또한 기후부정의와 같이 환경을 악화시키는 사람과 피해 받는 사람이 양극화 된다는 점에서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두의 시각으로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눈을 갖는 것 또한 기후소송단에서 놓치면 안 될 부분이다.

청소년도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해요.

청소년기후소송단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것이다. 사회는 청소년을 주체적으로 보지 않는다. 절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이고, 무능력하게 본다. 때문에 참정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용모단속을 받아야 하고, 신용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다.(은행업무 등 보호자가 신용을 증명하는 형태이다.) 이처럼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이기에 하지 못하는 것들은 성인이 되면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유예된다. 청소년 또한 이런 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수긍하기도 한다. 청소년인권을 주장하는 청소년도 많지 않고 주장을 해도 존중해 주는 성인도 많지 않다. 청소년들은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해서 공부만 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주체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청소년기후소송단에 들어온 경우도 있다. 목소리를 내는 기회가 많지 않아 소송단으로 활동하는 기회가 소중하다.

환경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일반학교 청소년들과 함께 소송단을 하면서 공교육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지구에 살아가는 일원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공교육의 많은 청소년들은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해 거의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미세먼지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와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기후변화 현상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소송단 활동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나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계기가 되었다.

공교육의 환경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 환경교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공교육 교과라고 하면 흔히 국영수 과목을 떠올렸는데 환경수업을 하는 교사가 있다니! 환경교사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문적, 기술적 방법을 교육한다. 하지만 전국에 환경교사가 몇 되지 않기 때문에 생경하게 들린다. 2009에는 201명, 2018년에는 31명으로 9년 사이에 1/6로 줄었다. 이렇게 감소되는 이유는 시간표 편성을 할 때 입시과목 우선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서울에 유일한 환경교사인 신경준선생님을 만났다. 신경준선생님은 마포구에 위치한 숭문중학교 환경교사로 13년째 일하고 있다. 환경수업과 환경 동아리는 주1회씩 진행된다. 중학생들과 함께 자연을 소중히 하고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나와 생태계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이해하고 자신부터 변하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 동아리 친구들은 교내 에너지 날을 기획하는 등 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줄이는 활동을 해왔다. 휴대폰 없는 축제, 플라스틱 사용 안하는 하루, Earth Hour 등이 있다. 선생님은 생태교육과 환경교육은 감수성을 가지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수업을 할 때 일방적인 강의 형식보다는 학생들이 수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 국가 차원의 계획, 행동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교육’에 따라 그 목표와 행동 지침을 우선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호주는 교육의 가치를 환경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 지향적 요인과 행동의 관련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환경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인 요소를 고려한다. 한국도 2013년에 ‘환경교육진흥법’을 제정하여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목표로 환경 보전과 개선을 실천하는 교육을 위한 법률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제정된 법률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환경교사, 환경교과가 생경하게 들렸던 이유도, 서울에 환경교사가 단 한 명밖에 없다는 것도 한국의 현실이다.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니라 현재세대라고요.

기후변화에 있어 청소년은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청소년은 미래세대이다.’ ‘대한민국의 희망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왜 청소년이 미래세대이고,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기성세대들이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우리에게 미래를 책임지라고 하는 말들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질문하고 싶다.
공교육의 대다수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 외의 것에 시간을 쓸 수 없다. 또한 공교육이든 대안교육이든 청소년들이 학업과 소송단의 활동을 병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생산적인 활동을 기획하거나, 지속적인 모임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평일 방과후는 물론이고 주말까지 가야하는 학원이 활동 지속성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소송단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있다고 하여도 학업보다 우선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연스레 청소년의 주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원단과 변호사단에 의지를 하게 되며, 새로운 활동과 학습거리를 제안해주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 청소년이 어떻게 학업과 병행하며, 주체성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니라 이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현재세대’이다. 소송단에 많은 어려움들이 있지만 우리는 기후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소송을 실천으로 옮기고, 지속가능한 삶을 연구하는 것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소송단의 활동이 청소년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참고
http://star.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76992&CMPT_CD=TAG_PC
http://m.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53643.html?fbclid=IwAR1kCLDFGSMCNzQpgpyhfLzP4fNH0DYBrtboI6evEZAkS7Fc5f9KITUTeVs
http://www.ecofuturenetwork.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