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그것이 알고 싶다.

생각나눔

성미산학교 10학년 정다원

성미산학교는 초등과정 부터 생태 공부를 시작한다. 식물을 직접 키우고 산에서 뛰어놀며 생태 감수성을 키운다. 초등 고학년과 중등 과정부터는 학습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들을 공부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세우고 실행한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LED전구로 교체하고, 마을의 여러 공간에 찾아가 에너지 컨설팅을 해준다. 핵발전소 반대운동, 탈핵퍼레이드에 참여하며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전기로 고통 받는 밀양에 찾아가서 연대 활동을 한다.

한번은 우리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 환경교사 신경준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 환경교육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 중 한 가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환경운동을 할 때 사람들에게 실천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 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그러지 않고 바로 실천에 들어가려고 하면 부딪히고 튕겨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핵발전소의 시스템과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핵은 위험하니 핵발전소를 없애야 한다! 동참해라!’ 라고 하면 반발심이 쉽게 생기는 것이다. 우리에게 전기가 어떤 의미인지, 핵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단계적으로 알려주며 다가가는 과정을 거쳐야지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실천단계 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성미산학교의 교육과정에는 이해부터 실천까지의 과정이 다 담겨있다. 그 과정 안에서 부딪히고 상상하는 경험들을 한다. 학교에서 이런 배움의 과정이 있었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더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한다.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년 겨울 한파와 올 여름 폭염을 나면서 사람들은 ‘말로만 듣던 기후변화가 드디어 오긴 왔구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누진세 폐지에 관한 이슈가 더 많은 한국이다.

학교에서 많은 배움을 받으며 변화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사회는 바뀌지 않았다. 우리도 에너지 절약에 대한 막연함이 있다. ‘기후변화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말들은 지구에게 아주 기쁜 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행동들을 해야 바꿔 나갈 수 있을까? 지금 상황에서는 ‘기후변화와 에너지가 무슨 관련이 있나?’ ‘에너지를 어떻게 줄이지?’ 라는 생각만 떠돌아다니게 된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당장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에너지에 대해 생각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에너지 생산과 소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전문적인 답변이 필요했다. 요즘 생태와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며 ‘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쓰신 최원형 작가님은 생태에 관한 책과 기사를 쓰고 강의를 하고 계신다. 또한 현재 청소년 기후소송단 지원단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원형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궁금증에 대해 답변을 해 주실 것 같아 선생님과의 자리를 가졌다.

최원형 인터뷰

쌀쌀한 날씨에 혜화역의 한 카페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머그잔에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해준 말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소비는 모든 것과 연결 되어있다. 나의 옷, 음식, 필기구, 집, 핸드폰 등 내 주위의 것들은 모두 소비를 통해 얻어진 것이다. 선생님은 요새 편의점에서 쉽게 보이는 4캔에 만원 수입맥주를 예를 들어 말씀 해 주셨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싼 값도 아니지만 짝수 묶음에 만원이라는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마케팅 효과로 많은 사람들이 수입맥주를 먹고 있다. 이러한 소비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탄소발자국이 발생한다.

소비와 연결된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 문제는 기업이다. 기업에서는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과잉생산을 줄이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대량생산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 건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알고 정치인들에게 요구와 압박을 해야 한다. 요구하기 위해서는 학습해야 한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책과 기사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 시민의 한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주장과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은 이러한 말들을 하면서 닥치는 대로 기사와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물건을 생산, 판매하기 위해 화려한 마케팅을 진행한다. 불필요한 물건도 필요하게 둔갑시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관점을 확실히 가져야 한다. 잘못된 정보와 자극적인 광고, 눈속임에 넘어가지 않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한다.

우리나라는 중독사회라고 표현 할 수 있다. 필요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다. 최근 KT건물 화재로 통신장애가 생겼다. 핸드폰 하나 안 터졌는데 온 도시가 마비되었다. 가게들은 결제가 되지 않아 많은 불편을 느꼈다. 무섭다. 고작 내 손에 들린 전자기기 하나에 쩔쩔맨다는 게. 만약 모든 전기가 한순간 퍼엉 하고 사라져 버린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상상되지 않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살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린 ‘생태적인 삶’에서 너무 멀리 왔다. 그만큼 지나온 시간들에 무뎌졌을 것이고,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야 한다. ‘생태적인 삶’으로. 힘들고 두렵고 막연하겠지만 해야 한다. 전환이 필요하다.

선생님은 전기세를 낼 때 꼬박꼬박 직접 납부를 한다. 내가 이번 달 전기를 얼마큼 썼는지 모니터링 하는 것이다. 가족들은 돈 얼마 아낀다고 그렇게 귀찮게 하냐고 하지만 중요한건 요금이 아니라 전기사용량을 체감하는 것이다. 옷도 최대한 새 옷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새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생각해보자. ‘왜 새 옷을 입어야 할까.’ 사회가 만든 어떠한 강박에서 나온 생각일 수 있다. 함께 차를 나눠 타고, 옷과 음식을 나누고, 자신의 지역에서 함께 공부 할 사람들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올 4월 대만에 방문 했다. 도미(DOMI)라는 에너지 관련 기업을 방문했다. 기업들의 에너지 컨설팅과 모니터링을 하고, 사회취약계층 가정에 전구를 LED로 바꿔주고 아이들에게 에너지 교육을 하는 등의 일을 하는 곳이다. 도미에서 들었던 말 중 ‘기업 하나를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개개인을 교육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개개인의 집합체다.’ 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학교에서 절전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린이집에 에너지 교육을 다녔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집에 돌아가면 모든 곳의 전기 콘센트를 다 뽑고 다닌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절약을 하다보면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된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중요한 이유다. 아이가 교육되면 부모가 교육되듯 가정이 모여 있는 마을도, 개인이 모여 있는 기업도 변화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만큼 줄인다고 과연 환경이 바뀔까?’ 하는 생각을 다들 한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이 생각을 하다보면 ‘다 부질없어’라는 생각이 들어 쉽게 포기해버린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면서 삶 속에서 실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마을 사람들과 전기 줄이기 대회를 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자신의 집 에너지부터 절약하고, 불필요한 쓰레기를 쓰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시장에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공유 장바구니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중요한건 얼마나 많은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조금이어도 여러 사람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 그렇게 실천 해 나가면서 인식과 문화가 바뀌며, 정책과 기업이 바뀌고, 더 나아가 환경도 기후변화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고, 알지만 실천 하는 것을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자. 당장 편의를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는 건 아닐까. 기후변화와 에너지는 더 이상 환경단체나 정부만 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변해야 하고 우리가 함께 바꿔 나갈 수 있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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