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정재승 칼럼] 전세계 청소년들의 환경시위를 보며

청소년들의 주장은 합리적이고 당차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하지만, 기후변화가 지구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에 가는 건 무의미하다. 왜 존재하지도 않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느냐”며 동맹휴업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나의 미래보다 지구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시각으로서 말이다.

이번 달 초 발표한 선언문에서 청소년들은 각국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대책을 약속해놓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어른들은 미래에 관심 없다. 우리 눈앞에서 미래를 훔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들이 거리로 나온 건 그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섰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중·고생 300여명이 주축이 된 ‘315 청소년 기후행동’이 3월15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후악당국가 탈출’을 선언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우리의 마지막 봄’(It was our last spring)이라는 해시태그(#) 운동도 벌이며, 환경 문제가 자신들의 삶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아래 직접 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동안 대한민국은 지구에 매우 유해한 ‘기후 악당국가’라는 괴물이었다. 2016년 영국 기후행동 추적(CAT)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을 ‘세계 4대 기후악당’으로 지목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9년에도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에서 100점 만점에 28.53점, 조사대상 60개국 중 57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이번 청소년들의 시위구호도 ‘기후 악당국가 탈출’이었다.

청소년들의 시위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로서의 마음은 그저 한없이 부끄럽고 또 한편으론 자랑스럽다. 지구의 미래까지 사려깊게 돌보지 못하고 지금의 편리함만을 추구해온 어른들의 민낯을 들킨 것 같아서다. 우리세대가 하지 못한 일들을 미래세대가 행동에 옮기는 것을 보자니 더없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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