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저항’과 ‘전환 저항’,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생각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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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사회가 마주한 상황은 사뭇 다르다. 멸종 저항의 점거 시위가 한창이던 4월 19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장에서는 낯선 시위가 일어났다. 원자력정책연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등 원자력계 단체들이 공청회장 단상을 점거한 것이다. 원자력정책연대는 “국가에너지정책의 정치적 이념화를 중단하고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포함한 진정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라”고 외쳤다. 이들의 목소리를 이어받아 자유한국당 재앙적 탈원전 저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특별위원회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탈원전 정책의 철회를 요구했다. 그렇게 멸종 저항이 한창일 때 한국에서는 전환 저항이 거세게 일어났다.

보수언론까지 전환 저항에 호응하면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탈핵에너지전환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논의되어야할 사항들이 묻히고 있다. 예컨대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35% 목표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원자력계는 이것마저 지나치게 높은 목표치라고 아우성이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보면 상당히 뒤쳐진 수준이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낮다는 것은 2040년까지 화력발전과 원전의 축소 속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뜻인데, 기후변화와 원전의 위험을 고려할 때 합당한 계획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작년에 수립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충돌하는 것도 문제다. 이미 환경단체와 녹색당 등은 전환 부문 온실가스 추가 감축분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았고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 관리가 너무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더 후퇴하고 있다. 지난 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2050년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0” 목표를 권고한 바 있는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이것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멸종 저항을 통한 전환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전환 저항에 휘둘려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줄고 있는 생물종 다양성을 생각하면 멸종 저항은 지극히 현실적인 구호다. 오히려 문제는 무책임한 현상 유지, 지나치게 소극적인 전환 계획이다. 비상사태나 다름없다는 위기 인식 속에 전환 저항에 단호하게 맞서며 더 과감하고 신속한 전환의 길을 찾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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